잡담

[2025. 02. 25] 첫 번째 결혼기념일

메바동 2025. 2. 25. 22:11
728x90

시간이 참 빠르다.

떨리고 긴장됐던 결혼식이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벌써 우리의 결혼기념일이 되었다.

아니, 사실은 오랫동안 아내와 함께 산 것 같은데 아직 일 년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결혼기념일의 하늘은 맑았다.

아침에 꽤나 따뜻한 느낌이 들어 '이제 날이 풀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점심시간에 강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이 생각은 사라졌지만 말이다.

 

결혼기념일이라 출근길에도 한껏 들떠있던 것 같다.

사실 누군가가 축하해 주는 날도 아니고, 아내와 나만의 기념일이지만 그냥 저녁에 아내와 함께 보낼 시간과 내일 같이 보낼 시간을 생각하니 설레고 좋았다.

 

 

회사에서는 아침으로 유부초밥이 나왔다.

아무래도 "유부남"인 나를 축하해 주기 위해 유부초밥이 나온 것임에 분명하다.

 

유부초밥이 뒤집어져 있어 '왜 이렇게 해놓은 걸까' 생각했는데, 그냥 유부초밥에 깨만 뿌린 아무것도 아닌 유부초밥이라 부족함을 숨기기 위해 뒤집어놓은 듯하다.

밥과 유부의 맛, 그리고 올려먹는 고추냉이의 맛만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토핑 없는 유부초밥과 고추냉이를 좋아하는 나한테는 부족함 없는 아침식사였다.

물론 양은 적었지만 말이다.

 

 

점심은 고씨네 카레에서 돈까스 카레를 먹었다.

일요일에 아내와 함께 만들어 먹은 카레와 비교가 되었지만, 그래도 밥을 공짜로 리필할 수 있으니 마음에 드는 점심 메뉴였다.

 

 

오늘 야근을 해야 하는 날이지만, 결혼기념일이라는 이유로 정시 퇴근을 했다.

일이 많이 밀려서 해야 하는 야근이라면 눈치가 보여 정시퇴근을 하지 않았겠지만, 보여주기식 야근이었기에 그냥 퇴근을 했다.

 

퇴근길 전철에서도 꽤나 많은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을 마주쳤지만, 아내와 함께 저녁식사를 즐기고 난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다.

다들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는 각자만의 사정이 있었겠지.

 

 

퇴근길에 주문해 놓은 꽃다발을 가지고 퇴근을 했다.

아내가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이라 기분이 좋았다.

 

꽃다발에 돈을 쓰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었는데, 이렇게 예쁜 꽃과 꽃다발을 좋아하는 아내를 보고 있자니 꽃다발에 쓰는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식사 메뉴는 숙성회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와인을 먹었다.

 

아내와 저녁 식사 메뉴로 무엇을 먹을까 어제부터 고민하다가, 나가서 먹기에는 내일 예약한 식당도 있고 결혼기념일에 조용히 아내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그냥 집에서 배달을 시켜 먹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양이 적어 실망을 했는데, 먹어보니 맛도 있고 다 먹은 후 배도 나름 차는 느낌이 들어 만족스러웠다.

올리브오일과 핑크솔트, 후추로 만든 양념장과 유자폰즈를 찍어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와인은 아내와 내가 신혼여행으로 뉴질랜드를 갔을 때 추억이 있는 와인이라 마시게 되었다.

신혼여행에서 마신 와인이 아니라, 신혼여행에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와인을 고르다가 클라우디 베이와 오이스터 베이를 두고 고민을 하다, 아무래도 둘 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터라 조금 더 저렴한 오이스터 베이를 골라서 마셨었다.

그러다 지난번 코스트코에서 클라우디 베이를 사면서 신혼여행에서 못 마신 클라우디 베이를 결혼기념일에 마시자고 약속을 했었다.

한 입 먹었을 때, 확실히 오이스터 베이보다 향이 짙어 마음에 들었다.

 

저녁 메뉴와 와인 모두 만족스러웠다.

 

 

저녁을 먹은 후, 아내가 사 온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후식으로 먹었다.

생크림이 느끼하지도 않고, 살짝 느끼해질 때쯤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 느끼함이 사라져 최고의 조합이었다.

 

아무래도 식당이 아닌 집에서 조촐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첫 결혼기념일이 만족스럽게 마무리되어 좋다.

내일은 아내와 함께 휴가를 내었는데, 내일도 즐거운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