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2023. 05. 22 ~ 2023. 06. 09] 2019년형 맥북 16인치 이제는 영원히 안녕.

메바동 2023. 6. 1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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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2023년 05월 22일 월요일.

회사에서 나는 퇴근 후 React 프로젝트를 Vite를 이용해서 생성하는 방법을 블로그에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새로운 포스팅을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에 돌아와 노트북을 열었다.

 

배터리 부족...

 

분명 어젯밤에 사용했기에 70프로 이상의 배터리가 남아 있었을 텐데 배터리 부족으로 전원이 나가 있었다.

오랜 기간 본가에 내려가 충전을 하지 않았을 때도 보이지 않았던 화면인데 순간 이상함이 느껴졌다.

 

충전기 연결 후 전원이 켜지기를 기다리며 저녁을 먹고 화면을 보았는데 뭔가 이상했다.

계속해서 부팅 화면을 보여주는 노트북.

 

그러다가 갑자기 위의 사진과 같은 화면이 나타나더니 노트북의 팬이 굉장한 속도로 돌고 난 뒤, 다시 무한 부팅이 시작되었다.

 

 

 

2014년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맥북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처음 보는 화면이었다.

당황스러웠다.

당장 화면에 나타난 문구를 구글에 검색해 보니 윈도우의 블루스크린과 비슷한 것으로 "커널 패닉"이라고 하였다.

 

'도대체 왜???'

 

2020년 취직 후 대학생활을 함께 했던 맥북 프로 13인치 2013 late를 누나에게 주고 큰 마음을 먹고 맥북 프로 16인치 2019를 구입했다.

내 돈으로 주고 산 물건 중 가장 비싼 물건이기에 다루기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종종 '이렇게 써서는 안 돼', '열심히 쓴 뒤 새로운 노트북을 구입하는 게 맞아'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3년 간 사용하면서 가지고 외출한 적도 손에 꼽을 정도며, 사용 후에는 항상 천으로 덮어 먼지를 막아주며 노트북을 소중히 다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노트북을 노트북 답지 않게 사용해 굉장히 후회가 되지만... 아무튼 그 정도로 소중했다.

 

 

 

다시 그날로 돌아가 윈도우의 블루스크린과 비슷한 것이라고 하기에 나는 우선 PRAM과 SMC 초기화를 진행하였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OS를 새로 설치하면 괜찮아지는 경우가 있다기에 OS도 새로 설치를 해주었는데 여전히 무한 부팅을 하고 있는 노트북이었다.

 

안전모드로 부팅을 해보니 부팅이 되었고 디스플레이, 사운드, 트랙패드, 터치바, 터치 ID, 키보드, 배터리 모두 정상이기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알았다.

맥북 자가 진단을 수행해도 하드웨어에 이상이 없다고 나와 여러 검색 후 지니어스바에 방문해서 DFU 펌웨어 복구를 받으면 맥북이 되살아날 줄 알았다.

 

 

 

다음 날, 퇴근 후 여의도 Apple 스토어에 방문하여 맥북을 맡겼고 DFU 펌웨어 복구를 수행해 보고 정상적으로 부팅이 될 경우 테스트를 거친 후 다음 날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제발 DFU 펌웨어 복구로 맥북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회사에서도 일에 집중을 못한 채로 퇴근 시간이 되었다.

연락을 준다던 지니어스바에서는 연락이 올 생각이 없었고, 참지 못한 내가 먼저 여의도 지니어스바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에게 알린 후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고, 얼마 안 가서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결과는 DFU 펌웨어 복구로 해결되지 않았으며, 메인보드를 갈아야 한다. 금액은 최소 120만 원일 것이다.

뭐가 문제를 일으킨 것인지. 왜 안전 모드에서는 부팅이 정상적으로 되는지 궁금하여 해당 문제에 대해 물어보았다.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으나, 안전 모드에서는 최소한의 리소스만으로 부팅을 하기 때문에 되는 것 같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고장을 일으킨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니... 그래서 문제가 뭔지 모르는데 메인보드를 갈면 되는 거냐라고 질문을 하니, 당연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120만 원 주고 고칠 생각이 없었지만 황당한 답변들이었다.

애플의 제품을 꽤나 좋아하는 나이지만 애플의 수리 과정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인 것 같다.

당연히 모든 부품이 메인보드에 있으니 교체를 하면 정상적으로 동작할 것이라는 것은 이해를 하지만,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는 답변은 나름 개발자인 나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답변이었다. 

 

 

 

아무튼 지니어스바에서 수리를 포기하고 다음으로 사설 수리를 생각해 찾은 것은 맥북 수리의 성지처럼 여겨지는 '잡스전파사'였다.

예약하기 힘들다는 글들이 많아 걱정하였지만 다행히 5월 30일 오후 2시와 4시에 자리가 있다고 하여 오후 2시로 예약을 하였다.

 

 

 

5월 30일에 오후 반차를 내고 수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마포역으로 향하였다.

 

 

답답한 내 마음과 달리 잡스전파사는 시원한 풍경을 가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후기들에서 본 것과 같이 굉장히 성격 좋으신 사장님이 계셨고, 맥북 전원을 켜보시더니 전원은 들어오는데 부팅이 안 되는 경우는 원인을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맡겨두고 가라고 하셨다.

 

그렇게 하염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고, 나는 수리 가능 여부가 궁금하여 사장님께 몇 번이나 문자로 수리 가능 여부는 언제 알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인터넷에 있는 후기는 대부분 침수 맥북 수리에 대한 긍정적인 후기였고, 구글에서 맥북 무한 부팅 증상인데 안전 모드는 부팅되는 경우에 대한 사례들이 없었기에 걱정이 되었었다.

 

 

 

결국 2023년 06월 09일, 나의 소중했던 맥북은 수리 불가 판정을 받게 되었고 나는 부품용 맥북으로 즉각 처분하였다.

 

웃기지 않은가. 그렇게 소중했던 맥북이 나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가 되었고, 빨리 해결해버리고 싶은 혹이 되어버려 수리 불가 판정을 받자마자 처분을 마음먹게 하다니...

 

2013 late 맥북은 훨씬 험하게 사용했었다.

대학교에 가지고 다니느라 항상 슬리브나 파우치 따위 없이 백팩에 넣어 다녔었고, 부트캠프를 깔아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던전 앤 파이터 등 게임도 즐기고 이것저것 많이 했었는데 지금까지도 누나가 단순 문서 작업용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

 

반면,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2019 맥북은 작업용 프로그램 외에는 깔지도 않았고, 사용한 프로그램이라고는 iTerm, VS Code, IntelliJ, PyCharm, Chrome 그리고 기본적으로 깔린 프로그램들 뿐이었다. 

 

 

 

 

이제 방에는 맥북과의 추억과 96W짜리 충전기와 15인치 노트북을 넣을 수 있는 파우치...

그리고 다음 노트북을 구입하게 되면 최대한 이리저리 굴리며 사용하겠다고 다짐한 한 명의 남자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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