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뷰] 안동하이볼 리뷰

메바동 2023. 12. 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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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마시고 싶지 않았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자리 위에 놓인 소비기한이 임박한 "오징어집"을 보기 전까지.

 

이 술을 마시게 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나의 대학생활을 돌아봐야 한다.

나는 술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종종 편의점에서 평소 궁금했던 맥주와 "오징어집"을 먹었는데, 그 때문인지 "오징어집"을 보게 되면 맥주가 생각이 나게 된다.

 

'파블로프의 개'를 아는가? 고전적 조건형성.

고도로 발달한 뇌를 가진 인간도 결국은 사회적 "동물"로, 변연계의 뇌를 가지고 있는 이상 자극에 대한 반응을 피할 수 없다.

 

즉, 소비기한이 임박한 "오징어집"을 보고, 그것을 먹어야 된다는 생각을 한 이상 내 몸은 맥주를 받아들일 준비가 끝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슨 술을 마셔도 네 잘못이 아니다.

 

 

최근에 도깨비를 보게 되었는데 천 년 가까이 산 도깨비가 검 하나 뽑는 것을 주저하는 모습이 답답하여 중도 하차해 버렸다.

 

아무튼, "오징어집"과 먹을 맥주를 찾으러 편의점에 갔는데 "안동하이볼"이라는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맥주가 하나 보였다.

 

 

궁서체로 "안동하이볼"이라 적힌 패키지와 "한국 명주 하이볼"이라는 문구는 내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쌀 소주 특유의 부드러운 감칠맛과 국화향, 생강향이 어우러져 달콤하고 향기로운 여운이 특징인 하이볼입니다."

 

평소 전통 증류식 소주인 "안동 소주"가 궁금했었지만, 화요를 마셔보고 그다지 일반적인 희석식 소주와 별 차이를 못 느끼고 질색을 한 뒤 선뜻 "안동 소주"에 도전해보지 못하였다.

 

 

"안동하이볼"에는 안동소주가 9.3% 함유되어 있고, 도수가 9도로 꽤나 높은 편에 속한다.

 

 

패키지는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었다.

 

 

캔을 열었을 때 굉장히 놀란게, 달달한 향기가 풍겨올 줄 알았는데 소주의 알코올향이 올라와 놀랐었다.

 

보통 시중에 파는 RTD들은 단맛만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한 입 마셔봤을 때도 안동소주의 느낌이 묻히지 않고 강하게 느껴졌다.

강한 하이볼 제품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음료일 것 같은데 나는 소주향을 싫어하기에 불호에 가까운 제품이었다.

 

국화향과 생강향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라는데 나는 소주향에 묻혀 국화향과 생강향은 느껴볼 수 없었다.

내가 소주향을 매우매우매우 싫어하기에 못 느끼는 것일 테고, 찾아보면 다른 사람들은 국화향과 생강향이 강하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달달하다는 느낌보다는 약간의 소주의 쓴맛도 느껴지는 그런 하이볼 제품이다 보니 달달한 하이볼 제품을 생각하고 벌컥벌컥 마시다가는 힘들 것 같은 술이다.

 

앞으로 고급스러운 패키지에 속아 술을 구입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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