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의도에 다녀왔다.
어제까지, 아니 오늘 아침까지도 주저했던 것 같다.
'사람이 많을 텐데 내가 굳이 다녀와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갈까 말까 고민을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집회 참석을 생각조차 못했었다.
이번에도 이런 일에 참석을 하지 않는다면 훗날 혹시라도 태어날 내 자식에게 부끄러울 것 같아 아내와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물론, 아직도 누군가는 윤 씨를 탄핵할 필요가 없다고 옹호하고, 반대쪽 정당을 빨갱이 혹은 악마화 하지만 그건 둘째치고 탄핵이 되어야 하는 건 맞다고 생각해 다녀왔다.
나라 경제가 바닥을 치다 못해 다들 공포스러워하는 IMF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와중에도,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계엄령을 내리는 몰상식한 사람을 계속해서 가만히 둔다면 다음에도 다다음에도 본인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경우 계엄을 하는 나라가 되어버릴 것이다.
본인은 내란이 아니라고 하며, 상대 당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계엄령을 내렸다고 하는데 군대에서도 경계 근무를 할 때 공포탄으로 경고를 주지 실탄을 쏘지는 않지 않는가?, 영화에서도 경고의 의미로는 하늘을 향해 발포를 하지 사람을 향해 발포를 하지 않는다.
경고의 의미로 사람을 향해 발포를 하는 캐릭터들은 주로 사이코패스로 나오지 않는가.
아무튼, 더 이상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도저히 들지 않았다.
신길역에서 내려 여의도역 쪽으로 걸어가는데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경찰추산 20만 명이라고 하는데, 20만 명이 이렇게 많은 숫자라면 내 20만 원은 왜 맨날 게눈 감추듯 사라지는 것인가. 훨씬 더 많은 인원이 모였던 것 같다. 앞으로 걸어갈 수조차 없었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날이 따뜻하다고 느껴졌는데, 그늘에 가만히 앉아있다 보니 꽤나 추위가 느껴졌다.
사람이 많이 모여 데이터도 터지지 않아 현재 국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조차 불가능했다.
문자메시지도 전송되지 않는다는 오류가 뜨며 연락을 할 수 없었다.
다음에 혹여나 이런 일이 또 일어난다면 라디오를 들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탄핵안이 가결되자 사람들의 환호소리와 함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는데 뭔가 가슴이 뭉클했다.
어떤 역사로 기록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역사의 한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었음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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